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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의 노트2008/09/24 22:40



뉴욕에 위치한 리만브라더스 본사 ( 로이터)



노무라HD의 리만브라더스 인수소식이 전해지자 한동한 뜸하던 이분야 토픽들이 게시판을 메우기 시작했다. 가장 황당한 의견은 산업은행(이하 산은)이 진작에 리만브라더스(이하 리만)을 인수했어야 했다는 것. 리만을 인수한 일본, 영국 등지는 현재 축제 분위기에 휩쌓여 있다는 것을 근거로 들고 있었다. 불과 얼마전까지만해도 산은의 리만 인수를 국부 유출행위로 간주하고, 산은 총재에 대한 인민재판을 불사할 분위기였음을 떠올려보면, 아서라. 우리 누리꾼들의 마음은 갈대의 순정과도 같아라.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이 앞서다 보니, 사촌(일본)이 땅을 산것이 배가 아팠나 보다. 물론 그 심정이야 백번 이해가 간다.

문제는 토론 과정에서 발생했다. 일부 누리꾼들은 종종 국익을 추산하는 과정에서 합리적 사유를 망각하는 특성을 보이곤 한다. (이를테면 논문을 조작한것이 밝혀졌음에도 변함없이 황우석을 추앙한다던가, 디워를 비평하는것을 곧 사대주의로 환산하는 식이다. 황우석과 심형래에 대한 비판은 아무래도 국익 창출의 기회를 내차는 것으로 간주되곤 한다. 물론 일부의 문제이다) 우리가 내찬 리먼브라더스를 일본에서 덥썩 인수해버리니, 아무래도 우리가 엄청난 국익창출의 기회를버린것만 같다. 이 과정에서 리먼=국익창출 이라는 믿음이 파생되고, 그들은 곧 산업은행이 엄청난 실수를 했다는 분노감에 휩쌓이게 되는것이다. 어떠한 설명을 해도 "그렇다면 일본은 왜 리먼을 인수했겠냐, 뭔가 있는것이다" 라는 대답만 돌아올뿐이다. 일본이 리먼을 인수하고 기뻐하고 있다는 출처불분명의 소식이, 과연 우리가 실수했다는 주장의 합리적 근거가 될수 있을까? 물론 그렇지 않다.

'뭔가 있는것만 같다" 라는식의 불현듯 든 느낌은 주장의 합리적 근거가 될수 없다. 불행히도 우리의 토론문화는 이러한 정감적 사유의 지배를 받고 있다. 황우석 사건때도, 디워 논란때도, 북한의 사주를 받았다는 촛불집회때도, 심지어 최근의 삼성 비자금 사태에서 김용철 변호사를 바라보던 시각도 마찬가지였다.

반면에 리먼브라더스를 인수하지 말아야 하는 합리적 근거는 넘쳐 흐른다. 세계 4위의 투자은행이라는 리먼브라더스가 사면초가에 빠져있다면 이미 상황은 충분히 나쁜것이었다. 매수 기회로 보기엔 너무 위험했기에 8월말 당시 인수 대상자로 대놓고 나선 기업이 산업은행 뿐이었다. 산업은행이 달리 대단해서 월스트리트에서 맞짱을 뜨고 있던게 아니다. 미 금융계의 총체적 부실은 하루가 다르게 규모가 커졌다. 또다른 투자은행인 메릴린치가 무너지고, 굴지의 보험업체인 AIG 마저 정부의 긴급유동자금 수혈을 받게된다. 서브프라임 모기지사태의 여파가 당초 인수 협상 당시의 계산보다 훨씬 심했던 것이다. 산업은행의 리먼 인수의사 공식 철회 이후, 영국의 바클레이즈를 비롯한 몇몇 금융기관들이 리먼의 잠재적 부실에 대한 미국 정부의 보증을 댓가로 인수 협상에 나서려 했지만, 미국정부는 이를 단호히 거절하였다. 이렇게 되니 리먼의 주가도 연초대비 이미 95% 가까이 추락한 상황이였다. 리만은 결국 파산 보호신청을 하고 만다. 모든것이 산산조각이 나버리고 만것이다. 이런상황에서 산업은행이 국민들의 혈세를 가지고 진작에 리만을 인수했어야 했을까? 인수를 하지 말았어야 할 합리적 근거들은, 왠지 국부를 창출할 '것 같은' 느낌, 즉 정감적 근거들을 압도한다.

정감적 사유를 기반으로 한 토론 방식의 문제점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과거의 몇몇 사건들을 토대로 추론해볼수 있는 유력한 가설도 있다. 노무라HD 가 인수한 리먼의 유럽/아시아 지사가 회복된다고 가정해보자. 출처 불분명의 소스를 기반으로 리먼이 무엇을 하는 기업인지도 모른채 인수하라 마라 참견하던 그 정감적 사유의 추론자는, 아마도 거드름을 잔뜩 잡은채 이렇게 말하며 토론 문화 수준의 종지부를 찍을것이다 "그봐 그때 내가 리먼을 사야된다고 했었잖아" 

사건을 바라보는 방향과에 따라 우리가 얻을수 있는 교훈이 달라진다. 좀더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근거에 따라 토론이 오갈수는 없을까? 이를테면 리먼, 메릴린치의 파산후 미국의 경제정책이 고강도 시장개입으로 선회하는것을 보며, 우리가 모델로 삼고있는 신자유주의 경제 정책에 어떠한 문제점이나 보완할 사항은 없는것인지에 대한 토론을 하는것이다. 분명 교훈이 있을것이다. 마침 우리나라는 신자유주의 정책의 일환으로 미국,유럽과 FTA 체결을 추진하고 있지 않는가. 혹은 이번 사태를 촉발시킨 서브프라임 부실사태를 거울삼아 우리나라의 주택담보대출 현황과 제도에 대해 토론을 해보는것도 좋겠다. 아니면 중국에서 제2의 서브프라임 사태가 일어날 가능성과 우리나라에 미칠 영향을 토론해보는것도 재밌겠다. 일본의 한 증권사가 인수했다는 이유만으로, 잘 알지도 못하던 미국의 특정 은행 (그것도 부실로 파산난 은행)을 인수했어야 하네 마네하며 실무 전문가들에게 훈수두는 것 보다야 훨씬 생산적인 일이 될것이다.

 

Posted by 태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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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전 디워를 깔 수 있는 불굴의 의지를 갖고 있습니다.

    2008/10/05 04:52 [ ADDR : EDIT/ DEL : REPLY ]
  2. 이런 사대주의자!!

    2008/10/19 16:50 [ ADDR : EDIT/ DEL : REPLY ]
  3. 비밀댓글 입니다

    2008/10/21 13:30 [ ADDR : EDIT/ DEL : REPLY ]
  4. 김선주

    안녕하세요,
    좋은 블로그네요.^^
    vivasjkim@hanmail.net
    초대장 부탁합니다.

    2008/10/22 17:43 [ ADDR : EDIT/ DEL : REPLY ]
  5. 칭찬 안해주셔도 초대해드려요 ^^ ㅋㅋ

    2008/10/27 01:23 [ ADDR : EDIT/ DEL : REPLY ]